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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밖으로 나온 인어인 양 세상은 메마르게만 느껴진다. 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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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29 간기남에게 씌워진 도덕주의의 굴레

런던 경시청의 존 루터 경사는 부모를 죽인 천재적 사이코패스인 루스의 유혹을 받지만 별거중인 아내 조에 대한 집착으로 거절을 거듭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조는 루터에 대한 애정이 없었고, 루스 또한 팜므파탈은 아니었다. 위태롭기는 하지만 루터의 직업관이 중심을 잡아가는데는 무리가 없는 환경이다.


국과수의 촉망받는 법의학자 강민호는 집착어린 이성호의 함정에 빠져 살인사건 속에서 허우적대다 결국 파탄을 맞이한다. 수사관과 범죄자의 집착 속에서 강민호에 대한 마음을 가졌던 듯한 민서영은 줄곧 배경에 머물다 비극을 완성한다. 이야기의 뒤틀린 도덕관과 관객의 도덕관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충돌하다 반전에 이르러서는 급기야 토악질을 일으키고야 만다.


간통 전문 형사 강선우는 남편을 죽인 김수진의 트릭 속에서 허우적댄다. 이성호 버금가는 집착과 루스에 버금가는 듯 한 두뇌가 빚어낸 거미줄은 향수로 대변되는 팜므파탈적인 향기에 취한 형사를 옭아매 놓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까지. 영화의 도덕주의적인 성향은 살인자 김수진을 천재도, 사이코패스, 팜므파탈도 아닌 그저 그렇고 그런 불행한 매맞는 아내에 머무르게 한다.


강선우는 설정상 김수진에게 넘어갈 수 없는 캐릭터였고, 플로상 김수진은 유혹할 만한 다른 남자를 가질 수 없었다. 무너뜨릴 사내가 없으니 팜므파탈이 완성되지 못한다. 이로써 김수진은 유독한 향기를 품은 꽃의 이미지를 잃는다.


끝없이 보여주는 여성 사이코패스의 행동양식-쉽게 주의가 산만해지고, 거짓말을 지어내며, 추궁을 당하면 성적인 유혹으로 주의를 돌리려 하는-을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을 진심으로 위해준 사내에게 반해버리는, 결코 사이코패스가 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것을 가짐으로써 김수진은 평범한 인간으로 한 계단을 더 내려온다.


그리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헤라의 화신, 여형사는 도덕주의의 정점을 찍고 어중간한 재결합을 만들어내니, 이 영화야말로 한국인의 도덕적 성향에 부합하는 그저 그런 스릴러-코미디가 아니겠는가. 마지막의 서해대교 장면에서 셜록 시즌 2의 "Woman. That woman!"이라는 대사를 떠오르게 하지만, 거기서도 두뇌대결을 펼치는 천재의 모습같은 것은 사라지고 없다. 김수진은 천재를 흉내냈지만 천재가 아니었고, 강선우는 천재에 근접하지도 못한 인물이므로.


죽은 김수진이 진짜 김수진이고 산 김수진이 유산을 상속받게 되는 가짜 김수진이라는 반전 트릭 조차도 없었던, 그래서 관객의 추리가 각본을 앞질러 버렸던 그저 그런 영화는 감독이 죽은 강민호를 불쌍히 여겨 Alternative reality를 다시 살게 해주었다는 데서 의의를 찾는게 가장 합당하리라고 봐야겠다. 


그래, 간통은 안 된다. 모든 신파극의 끝에는 가족 화합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일테고. 나머지는 그저 문법적 차용이리라, 이 영화에서는.

Posted by 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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