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화도 정권따라 제작추세가 변하는건지 아니면 요즘 들어서 한국에 그런 것들이 수입이 되는건지 모르겠지만 게이머는 약간의 현대문명과 미디어(그것도 뉴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화려한 영상과 액션 속에 버무려 놓았습니다.
미디어를 통해서 비추어지는 간접성이 지배하는 가운데 현실과 가상현실이 교차하는 21세기의 현실 속에서 인간성이 배제되고 인간의 생명과 인격과 같은 모든 심각한 가치들이 가볍게 키치화하고 마침내는 증발해 버리는지, 그리고 기술만능주의와 이러한 경향이 융합할 때 어떤 디스토피아가 도래하는지를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목이 시사하듯이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게임을 하듯이 현실을 대합니다. 그리고 현실 속에 구현된 가상현실의 놀이터에서는 그들의 즐거움을 위해 아바타 역할을 하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인격과 생명을 몰수당해 갑니다. 게이머들에게는 아바타들에게 펼쳐지는 모든 잔혹함이 그저 유희의 과정일 뿐입니다.
사회의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다 보니 결국 케슬 사장과 틸먼(아바타명 케이블)의 목숨을 건 격투 조차도 그 장면을 지켜보는 케슬의 부하 엔지니어들에게는 그저 하나의 게임일 뿐입니다. 틸먼을 돕는 게이머 사이먼의 마인드 컨트롤 신호를 차단하면 이기고 차단하지 못하면 지는 게임 말입니다.
이건 한 마디로 타인에 대한 극단적인 타자화와 이로 인한 가치의 증발이 만들어내는 블랙코미디입니다. 결국 케슬이 틸먼의 칼에 죽자 엔지니어들은 쿨하게 감흥을 표현합니다. "웁스~" 그리고는 케슬의 시체를 무심하게 쳐다보고 그 옆을 돌아 나가면서 월드스타 아바타인 틸먼에게 말합니다. "케이블, 당신은 정말 최고에요!"
이 영화는 캐릭터 하나, 시퀀스 하나, 심지어는 신 하나하나마다 은유와 상징들을 심어놓고 있습니다. 틸먼의 아내를 아바타로 플레이하는 미국형 오덕을 통해 이 시대의 인간성 파괴가 "아바타"를 넘어 "게이머"들에게까지 닿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사이먼과 틸먼의 소통을 통한 케슬의 제거라는 시퀀스를 통해서 이 폐해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합니다.
게이머는 화려한 영상을 통한 충분한 오락성을 제공합니다. 마음 편하게 앉아서 눈 앞에 펼쳐지는 화약과 피의 향연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확 달아납니다. 그러면서도 영화관을 나오면서 해석과 토론을 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게 두 가지 특성을 잘 버무려 놓았습니다.
머리를 많이 쓰는 직무 속에서 찌들어버린 직장인들이나 공부하느라 가슴이 답답해진 학생들에게 권합니다. 영상과 음향의 통쾌함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그 동안 붙들고 있던 일들에서 벗어나 다른 생각을 하는 즐거움을 잠시 누리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