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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밖으로 나온 인어인 양 세상은 메마르게만 느껴진다. 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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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21 최종병기 활, 견주보다 못했던 남이의 이야기

영화는 이야기고, 이야기의 원형은 신화나 전설이다. 신화나 전설에서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일련의 시련은 필멸자 또는 갑남을녀에 불과하던 주인공을 영웅으로 성장각성시키는 동기로 작용한다.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옭아매는 이전까지의 인간적이거나 사회적인 속박들을 털어내고 마침내는 그것이 신의 모습이 되었건 인간의 모습이 되었건 완성하게 된다.


만일 이야기가 비극이 되려면 주인공은 시련을 극복하지 못하고 죽어버리거나 스스로를 완성하는데 성공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죽음을 맞이한다면 된다. "내일의 조"에서 "다 불태웠어, 새하얗게.."를 읖조리며 숨을 거두는 허리케인 조는 후자의 경우이고, 불멸자가 되려고 하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버리는 길가매쉬의 이야기는 전자의 경우가 되겠다.


이렇게 따진다면 "최종병기 활"은 비극이 되어야 마땅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영화는 비극을 완성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주인공이 사회적인 속박에 같혀 울분을 억누며 살아가던 중에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겪게 된 모종의 파국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 영화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많은 유사성을 갖는다. 하지만 나름의 비극적 서사구조를 완성한 이준익 감독의 작품과는 달리 김한민 감독의 이번 영화에는 주인공의 인격적 완성에 대한 묘사가 결핍되어 비극을 구성하는 기반이 허약해진 까닭이다.


영화는 이미 초반에서 남이가 병자호란이라는 운명적 시련을 통해서 자신의 무엇을 시험해야 하는지와 어떠한 형태로 자신을 완성하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과정을 보여주는데는 인색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이다. 비록 마지막 장면에서 나레이션("두려움은 직면하면 그뿐이고,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을 통해서 도입부에서 주어진 화두를 마침내 풀어냈음이 암시가 되지만, 그러한 깨달음이 주어지는 과정이 영화의 어느 장면에서도 제대로 묘사가 되어 있지가 않다. 도대체 언제 어떻게 주인공이 두려움을 극복하게 되는지, 그리고 바람을 이용하기보다는 극복하려 들게 되는지가 전혀 영화 속애 나타나지를 않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와 같은 취약점들로 말미암아 남이의 죽음은 비극의 서사를 완성하지 못한다. 비극이 완성되지 않으니 감독이 자막을 통해 영화 위에 올려놓으려는 주제의식들은 올라설 토대를 잃어버리고 겉돌고 만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의 견주의 죽음도 남이의 죽음만큼이나 뜬금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견주는 임진왜란이라는 운명적 시련을 겪으며 황정학, 백지 등을 통하여 스스로를 완성해 나간다. 인격을 완성하고("너도 칼 뒤에 숨어서 자유하라고."), 자신을 옭아매는 구속을 풀어내며("그렇게 평생 제사나 지내. 이몽학이는 내가 잡을 거야"), 마침내는 스스로가 겪는 문제의 근원을 직시하는 것이다.("'너는 꿈이 없잔아?") 그리고 결국 그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고 배경이 되는 전쟁에 스러져 간다. 이 영화에서는 비극의 서사적 요건을 튼튼하게 갖추어져 있었고 그래서 그 위에 사회적인 문제들 -이를테면 88만원 세대라던가-과 관련된 해석을 올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최종병기 활"에는 이 점이 결여되어 있다.


모처럼 재미난 영화를 보았지만 엔딩에서 뒷맛이 개운하지 못하였던 이유는 이렇다. 하나는 영화가 본 이야기 안에는 제대로 녹여내지도 못하면서 무능하고 때로는 사악하기까지 한 국가권력 내지는 권력자 집단과 한없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권력에 의해 그것을 피워내지도 못하고 스러져야 하는 민초 내지는 민중영웅의 대립구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 둘은 그러면서도 극의 말미에서는 그 민중영웅이 허망하게 죽어버려야 하는 아기장군 콤플렉스를 벗어던지지 못하였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셋은 위에서 적은 것처럼 이야기가 비극을 구성하는 요인들을 서사 안에 제대로 포함시키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Posted by 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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